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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갑상선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2-28 조회수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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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갑상선암, 증상 없다면 굳이 검사할 필요 없다.",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 없어.", "과도한 갑상선암 검진, 이대로 괜찮은가!"

 

 

2014 봄이었다. 정치, 경제, 연예 관련 뉴스가 아니었다. 이례적으로, 특정 질병과 관련된 주제가 이런 형태의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문구들로 주요 언론 매체를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던 시기가 있었다. 신문이나 뉴스뿐 아니라 일부 인기있는 건강관련 프로그램에도 일부 의료인들이 패널로 출연하여 갑상선암의 치료와 관련한 내용을 주제로 이야기하며, 검진이나 수술이 필요없다는 취지의 자극적인 내용들을 방송하기도 했다. 기간이 아주 길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집중적이고 자극적인 형태로 광고되었고, 공중파에서 건강이나 의학 주제에 대해 이렇게까지 부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방송된 적은 이전에도 이후로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같다. 그리고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특정 주제에 대해 전국민적으로 인식을 변화시키거나 여론을 선동하는데 있어 미디어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직접적으로 느낄 있었던 사건이기도 했다.


필자가 근무하던 대학병원의 갑상선암 수술건수는 25% 정도로 줄었고, 이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양상이었으며 서울의 유명 대형병원들도 수술건수가 50% 이상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다. 아래 자료를 보면 변화가 얼마나 급격했는지 쉽게 확인할 있을 것이다 (그림1).

 

 

                   <그림 1> 연도별 연령표준화발생률 추이: 남녀전체. 출처: 국가암정보센터 www.cancer.go.kr

지난 20년간의 갑상선암 발생률 그래프를 보면 2000 이후 2010년경까지 급증했다가, 2012~2014년에 걸쳐 비정상적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른 주요 암종들의 그래프와 비교시 눈에 띄게 변화의 폭이 심한 것을 있다. 하지만, 2000 이후 갑상선암 발생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었다(그림2).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에서도 갑상선암의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서 많은 논의들이 진행중이기도 했고, 미국 갑상선 학회(ATA), 유럽 갑상선 학회(ETA) 뿐만 아니라 국내 갑상선 학회에서도 2010 개정된 갑상선 진료 권고안에서 크기 5mm 이하의 갑상선 결절의 경우 세포검사를 시행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는 , 검사와 수술의 범위가 점차 축소되는 방향으로 갑상선암 치료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생기는 시점이기도 했다.

 

 

<그림 2> 전세계 주요국가들의 갑상선암 발생률   출처: Intl Journal of Cancer, Volume: 136, Issue: 9

 

이처럼, 의료계 내부에서는 특정 질병에 대한 인식이나 치료방법을 변화시키는데 있어 굉장히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편이라고 있다. 이유는 의학이라는 것은 '근거' 중심의 학문이고, 인간에게 직접 행해지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안전'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지며, 새로운 가이드라인이나 치료방법을 실제로 환자들에게 적용함에 있어 기존의 방식보다 확실히 안전하거나 혹은 명확히 해롭지 않음을 스스로가 인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들이 필요하고, 이러한 근거들을 가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관찰시간과 연구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갑상선암이 과도하게 급증하고 있던 시기에 국가차원에서 적절한 보건정책을 유지시키고 효율적인 보건의료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당시 보건통계학자들을 비롯한 일부 의사들은 갑상선암의 발생률은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통계로 발표되어지는 갑상선암의 생존률은100% 육박하며, 사망률은 이전과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을 근거로 하여, 과도한 검진에 의해 갑상선암 환자들의 진단이 증가한 것이며, 불필요한 수술 또한 증가하고 있는 것이므로 증상이 없는 검진을 위한 갑상선 초음파는 시행하지 않아야 하며, 일부 갑상선암의 경우 수술을 필요도 없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러한 이슈가 가속화되면서 2014 국내에서는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제정위원회를 통해 검진에 대한 근거가 검토되었으며, 이에 따른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다.

 

무증상 성인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은 권고하거나 반대할 만한 의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므로 일상적 선별검사로는 권고하지 않는다. 다만 갑상선암 검진을 원하는 경우 검진의 이득과 위해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한 검진을 실시할 있다.

(1) 검진의 이득

초음파 검사는 촉진에 비해 갑상선암의 조기 발견에 유리하므로 병의 중증도 치료의 강도(수술의 범위, 방사선요오드 투여 여부, 상선호르몬 복용 여부 용량 ) 낮출 가능성이 있다.

(2) 검진의 위해

갑상선암 검진은 과진단의 가능성이 있고, 갑상선암으로 수술하게 되는 경우 드물지만 목소리 변화를 겪을 있으며, 부갑상선 기능저하로 인한 지속적인 칼슘제 복용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갑상선 수술의 범위에 따라 갑상선호르몬을 영구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건통계학적인 관점, 국가 보건정책의 적절성이나 한정된 자원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측면에서 눈에 보이는 숫자들 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위와 같은 것들이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은 아닐 있겠지만,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이라는 질병의 측면에서 봤을때, 갑상선암을 가진 환자 개개인에게 '과도한 검진'이나 '불필요한 검진'이라는 표현이 과연 정당화되어질 있을까?

 

 

<그림 3> 영국 갑상선암 환자 1, 5, 10 생존률 (2013~2017) 출처: Cancer Research UK

 

 

초음파기기가 진단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전인 7~80년대에 보고되었던 갑상선암의 5년생존률은 불과 50% 정도에 불과했으며, 소위 말하는 사회주의 형식의 의료보험체계를 가지고 있어, 검사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영국의 경우 가장 최근에 발표된 갑상선암의 5, 10 생존률이 85%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그림 3). 이에 비해 국내에서 최근 발표된 갑상선암의 5, 10 생존률은 100% 이르고 있다(그림4). 다른 주요 암종들과 비교시에 월등하게 좋은 예후를 보이고 있고, 10 생존률이 85% 가까이나 되었으니 굳이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취지의 주장이나, 국내의 경우처럼 생존율이 100% 이르게 것을 과도한 검진과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암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암환자 개개인의 측면에서 봤을때 너무 가혹한 의견일 있다. (참고로, 국내에서 최근 발표된 전체 암환자의 10 생존률은 67%이며, 영국의 경우 50% 수준이다.)

검진이 활발히 시행되기 이전인 1990년대와 비교해서 갑상선암이 급증하던 2010년경까지 사망율(10만명당 0.4)에서는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집단검진의 이득과 위해에 대한 관점에서 봤을 때는 의문 부호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갑상선암'에서 ''이라는 글자가 사라지지 않는 , 진단을 받게 환자나, 진료를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목에 초음파를 대어 보는 아주 간단하고 쉬운 검진방법을 굳이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정말 환자를 위하는 일인지 여전히 고민되는 사실이다.

 


                    ​

<그림4> 진단연도에 따른 갑상선암 5년생존률 변화 (1993 ~ 2011)

출처: Endocrinol Metab 2014;29:530-535

 

 

국내의 경우 초음파의 적극적인 사용과 활발한 검진으로 인해 1cm 미만의 미세갑상선암을 조기 발견하게 되었고, 크기가 커지거나 주변 림프절로 전이가 이뤄지기 전에 수술을 시행하고 이후에 방사성 요오드 치료까지 효과적으로 시행하게 되면서 갑상선암의 재발율이 감소하고, 생존율의 증가를 보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외과의사의 입장에서 때는 혈관이나 신경, 기관지, 식도 주변 조직으로 침윤이 일어나기 전에 수술을 시행하게 되면 수술 범위를 최소화시킬 있어, 수술과 관련된 합병증까지 훨씬 줄일 있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갑상선암 증가원인의 대부분이 직경 1cm 미만인 미세갑상선암의 발생 증가에 기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1cm 미만의 암에 대한 수술 방법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1cm 미만의 암들도 수술 방사선요오드 치료의 용이성 등을 고려하여 갑상선 전절제를 시행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았으나, 최근에 발표된 갑상선 내분비 외과학회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암의 크기가 작은 경우 엽절제술을 권고하고 있으며, 특히 6~10mm 이하의 갑상선 유두암의 경우 영상학적 소견이나 환자의 위험요소등을 고려하여 면밀한 추적관찰 [적극적 감시요법 (active surveillance)]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 있음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국내외 연구 결과들에서도, 관찰기간 아주 일부에서만 암이 커지거나( 5%) 림프절 전이( 1%) 일어나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진료실에서 갑상선암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이런 사항들을 설명한다는 것은 진료권고안에 적혀있는 글처럼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내용이 복잡하다거나 시간이 없어서라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다. 최대한 담담하게 당신은 이제 ''환자가 되었다는 슬픈 소식을 알리고,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워낙 좋아서 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갑상선암의 경우 대부분 워낙 천천히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당신의 이런저런 상태를 고려할 촉박하게 수술을 고려하지 않고, 면밀히 지켜볼 있을 만한 여지도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과연 환자에게 정말 괜찮은 일인가 하는 의문을 완전히 지울 없기 때문이다.

앞에 앉아 있는 환자가 나라면 어떻게 할까? 나의 가족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해 고민하고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100명중에 5명은 암이 커질 있고, 100명중 1명은 림프절 전이가 발생할 있지만, 권고사항에는 이렇게 수도 있다고 적혀 있으니 상황에 따라서는 기다려볼 수도 있을까? 글쎄, 그렇게 쉽고 간단히 결정할 있는 일만은 아니다. 암환자 개개인에게 5% 1% 같은 숫자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통계에서 보여지는 숫자는 어디까지나 숫자일 , 개인에게 있어서는 '발생했다' '발생하지 않았다', '생존했다' '생존하지 못했다'. , 100% 혹은 0% 두가지만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다.

(), 악성종양이라는 단어가 기본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불치' '죽음' 이라는 의미가 환자에게 주는 공포심과 두려움은 어제까지도 멀쩡했던 사람이 '()' 이라고 진단받은 오늘부터 갑자기 몸이 아프고 기운도 없고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없게 되기도 하고, 이유를 없는 분노와 화가 치밀어 올라서 세상을 탓하며 본인뿐 아니라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기도 하며, 이런 것들이 악순환을 거쳐 심한 우울감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갑상선암이 예후가 좋은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실제로 자신의 일이 되어버린 갑상선암 환자 당사자들에게는 아무리 별일 아니라고 위안 삼고 예후가 좋다고 위로해 본들, () 주는 공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 마련이다. 심지어 주변사람들에 의해 '갑상선암은 아무것도 아니라던데 괜찮은거 아니냐' 너무 힘들어하지 것을 은근히 종용받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수술 피로감이나 불편감 의학적으로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이상 증상들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외래 진료시에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경우라도, 수술 전에 비해 일정 기간 동안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역시나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특히 암환자들의 경우 빈도가 많은 같기도 하다. 물론, 갑상선암 환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주변에 갑상선암으로 수술받은 환자가 있다면, 혹시라도 너무 대수롭지 않게 대했더라면, 다시 한번 돌아보고 따뜻한 한마디로 위로해주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적 응원을 강요하는 것만 같은 멘트들은 담당의사의 몫으로 남겨두고, 최대한 따뜻한 눈빛과 함께 ' 진단받고, 수술받느라 많이 힘들었겠구나' 정도의 늬앙스로 같이 걱정해주는 것이 환자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암환자들은 어딘가에서 정보들을 찾아보며 걱정거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런이런 경우는 예후가 안좋다는데요', '이런 경우는 재발율이 몇퍼센트가 높다던데요' 라며 암과 관련된 정보들 속에서 애를 태우곤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통계정보와 숫자들에 너무 크게 의미를 두지는 말자. 암환자에게 있어서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내가 생존하면 100% 생존하지 못하면 0%. 오직 100 0 있을 뿐이다. 과잉진단, 과잉치료가 누군가에게는 해악(害惡) 가능성도 있겠지만, 경제 논리에만 근거하거나 명확한 의학적 근거 없이 특정 검사나 치료를 제한하는 것은 어떤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는 최악(最惡) 마지막(!) 사건이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갑상선 초음파 검진은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짧게는 2~3, 길어도 5년에 정도는 시행하는 것이 어떨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한일병원 외과 전문의 조정남과장

갑상선암, 내분비외과 (부갑상선, 부신질환), 유방암, 복강경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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